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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평화센터 2009-12-18 23:40:34 | 조회 : 8011
제      목  [기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합의된 바 없다
주권 문제를 '존중' 한마디로 땡처리?

김종대(D&DFOCUS 편집장)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14일 “주한미군이 미래에 좀 더 지역적으로 개입하고 전세계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have our forces in Korea, in the future, to be able to more regionally engage and globally deploy)”고 밝혔다.

투사력(projection)에 방점을 둔 미국 군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분쟁 지역에 배치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군의 속내를 샤프 사령관이 처음으로 뱉어 낸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22일, SCM과 군사위원회(MSM) 회의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주한미군 장병과의 간담회에서 "아시아 국가에 배치된 많은 미군 장병이 가족과 함께 장기 주둔함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내에 주한미군 병력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동으로 미군이 배치되는 중간 발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주한미군을 미국의 의도에 맞게 한반도 방위 이외의 목적으로 자유롭게 전용할 수 있다는 군 운용개념을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한다. 미국은 이미 2002년부터 이 개념을 주장해 왔고 2006년 1월 19일의 한미 외무장관 공동성명을 근거로 한국 정부와도 합의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략적 유연성의 의혹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하는 데 합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 간에 가장 긴밀하게 논의된 때는 2003년 10월에 개최된 FOTA 4차 회의였다. 우리 외교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되 그 조건으로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 유지한다 ▲주한미군 역할변경으로 우려되는 한국의 안전을 고려한다 ▲주한미군 입출입시 한국과 사전협의한다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당시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전격 인정할 별도의 ‘조약’ 체결이나 기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위와 같은 조건에 대한 협의를 외교문서 교환을 통해 우선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회의로부터 석 달 후인 2004년 1월에 미 측의 초안이 도착했는데, 여기에서는 한국의 안전을 고려한다는 항목이 아예 삭제되었고 ‘사전협의’도 ‘단순협의’로 완화되었다. 즉 미국은 한국정부와 협의절차를 통한 사실상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한국 안전에 대한 고려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이후 한미 간의 논의가 이 이상 진척된 바는 전혀 없다. 그런 상황에서 2006년 1월 19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라이스 국무장관과 만나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한다"고 대체적인 원칙만 밝힌 것이다.

고인의 회고록과 육성 증언에서 밝힌 대로, 당시 군 최고통수권자였던 노무현 대통령도 서거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해 준 바 없다고 확신했다. 당시 합의문을 보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이 ‘존중’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그때 당시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당분간은 피해가면서, 상호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뜻이었다. 이 ‘합의문’이 아닌 ‘성명’이 주한미군 전력의 아프간 파병에 양해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미국도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 준다는 전제가 있다. 그 전제라는 것이 바로 앞서 밝힌 3가지 조건이다. 이러한 논란은 참여정부 당시 매우 심각한 의제였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해 일체 침묵하고 있는 현 정부 태도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는 주한미군의 성격 문제를 두고 한미 간에 옥신각신하는 논란이 공개적으로 표출되었는데, 지금은 주한미군이 어떻게 성격이 변하더라도 아예 "상관없다"는 듯이 아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3가지 전제 조건에 관해서도 아무 말이 없다. 정말로 이렇게 이 문제를 방치해도 되는 것일까?

이러한 침묵이 위험한 점은, 현재 상태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인정될 경우 우리의 ‘주권’이 치명적인 훼손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권 문제를 ‘존중’ 한마디로 땡처리 했을까!

예를 들어 보자. 이 문제에 정통한 연합사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전망한다. “2012년 적잔권이 전환되는 데 즈음하여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자연히 완결될 것이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에 주둔하게 될 한국 사령부 지휘관의 임무를 명기한 ‘전략지시3호(혹은 전략지침 등 명칭은 다를 수 있다)’를 발동할 것이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와 지역적 역할, 타 지역 분쟁에 개입 등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할 가능성이 있다.”

1954년 한미 양국 간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에는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되어있다. 이 조항에 의해 그동안 주한미군의 존재 의미는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이 무력공격의 위협에 처했을 경우 이를 방위하는 군"이라는 의미로 좁게 해석해 온 것이 그간의 분위기였다. 따라서 한반도 이외의 타 분쟁지역에 개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가진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정부의 통제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주한미군 사령관의 임무를 ‘전략지시’에 담아 알아서 시행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략지시는 단순한 행정적 문서에 불과하다. 이것은 한미군사위원회에서 양국 간 약정(TOR)에 의해 연합사령관에게 포괄적으로 임무를 부여해 왔지만, 그 법적 지위가 없다. 또한 이 지시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연합사령관에게 굉장히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폭 넓은 권한을 부여한다. 한마디로 미군은 한국에서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영토에서 외국 군대의 주둔과 그 임무는 헌법적 차원의 중차대한 문제이다. 그런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미 간에 아무런 조약이나 합의문을 만들어놓지 않고 미국의 내부 행정절차인 ‘전략지시’에 이를 전부 맡겨 놓는다면 이는 우리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MB정부의 침묵, 화 부를라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단순히 2006년 1.19공동성명의 ‘존중한다’는 말 한 마디만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이것이 합의가 아니라는 당시 최고 군통수권자의 인식이 분명한데도, 우리 정부가 이를 이미 합의된 것으로 보면서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하는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또한 이것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양국 최고 책임자들의 서명이 들어간 각서, 조약 등으로 획득하고자 한 미국의 입장과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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