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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평화센터 2011-08-04 14:20:11 | 조회 : 7157
제      목  [평화네트워크] 제주 해군기지와 한국의 국익1,2편
심층해부: 제주 해군기지와 한국의 국익(1)
[정욱식의 '오, 평화'] "美항모 제주 기항 생각한 적 없다"는 국방장관이 생각할 것들

제주 강정마을은 '폭풍전야'다. 수백 명의 경찰들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고 수 일 내에 강제 집행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주민들과 자원 활동가들은 쇠사슬로 몸을 묶고 매일 밤 9시 해군기지 사업단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결사 저지에 나서고 있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해지면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제 평화운동가들은 정부와 군 당국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의원은 해군기지 반대 주민과 활동가들을 "종북 세력", "김정일의 꼭두각시"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색깔론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들도 강정마을 생태환경의 훼손과 주민들의 평화적 거주권 침해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정말 도움이 되는 사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주 해군기지는 우리에게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이 될 공산이 대단히 높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가시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및 미일동맹과 중화권 사이의 해양 패권 경쟁,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 및 한미동맹의 구조적 종속성, 동아시아 차원의 세력전이(power shift), 한국의 해양수송로 안전 확보의 중요성 등과 종합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해본다면, 자칫 제주 해군기지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을 초래해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에 치명적인 위험과 딜레마를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해군력을 거론하면서 이들 나라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이들 나라가 제주도를 포함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건국 이후 제주도 및 그 남방 해역에 대한 외부의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 존재한 적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와 현재에 위협이 없다고 해서 미래에도 위협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할 경우, 오히려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들 우려는 없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네 차례에 걸쳐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제주 해군기지의 미군 이용 가능성, 미사일방어체제(MD)와의 연관성, 그리고 미-중 갈등에 한국이 휘말릴 가능성을 분석하고,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해군측의 수요 제기를 일부 수용할 수 있는 '윈-윈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김관진 국방장관 "올 수 있으면 오겠지만…"

제주 해군기지가 전략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가장 먼저 검토돼야 할 사안은 '미국의 이용 가능성'이다. 이 문제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제주 해군기지와 미국 MD 체계와의 연관성 및 미-중 무력 갈등시 한국의 안보 딜레마 격화에 관한 근본 전제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에는 미군을 위한 예산이 단 1원도 책정되지 않았다. 또 한미동맹을 위한 미 군함 출입항 기지는 부산과 진해에 이미 마련돼 있다"며 미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미국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것이 곧 미국과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실제 사례로도 뒷받침된다. 일례로 부산항은 미국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미 해군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또한 부산과 진해에 미 군함의 출입항이 이미 있기 때문에 제주 기지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도 제주 기지를 미국이 이용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상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던 해군이 6월 23일 국회 공청회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 '기항지'로 사용될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올 수 있으면 오겠지만 미국 항모가 (제주기지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군 당국은 미군의 기항 목적이 장병들의 휴식이나 정비와 같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한 반박에 앞서 미국이 제주 해군기지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상세히 따져보기로 하자.

첫째, 한미동맹의 법적·제도적 문제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는 "미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한국은 허여(許與)하고 미국은 수락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조약에 따라 체결된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게 사용을 타진할 수 있는 '시설과 구역'은 "소재의 여하를 불문"(제2조.1.가)한다고 되어 있으며, "(미국의) 선박과 항공기는 대한민국의 어떠한 항구나 또는 비행장에도 입항료 또는 착륙료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제10조.1)고도 명시되어 있다.

제10조 2항에서는 주한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항구 또는 비행장 간을 이동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아울러 합의의사록 제10조 3항에는 "'적절한 통고'의 면제는, 이러한 통고가 미합중국 군대의 안전을 위하거나 또는 이에 유사한 이유 때문에 요구되는 비정상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이 필요에 따라 '적절한 통고' 없이 대한민국의 비행장이나 항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전략동맹' 대상에 중국도 포함

둘째, 노무현 정부 때 한미간에 합의된 '전략적 유연성'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한미 전략동맹'은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 해군의 기지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부채질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 해외 주둔 미군의 한국으로의 유입 및 경유를 위한 것으로 그 핵심 목적은 한국 방어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국군에게 넘기고 미군은 양안사태 등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기 위한 것에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 '전략동맹'이 합의되고 그 목적 가운데 하나가 중국 견제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워온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전략동맹을 선언했고, 그 이면에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한미 전략동맹'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건설적이 될 수도 있고, 파괴적이 될 수도 있다"며 "중국 문제가 한미 양국이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21세기 동맹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21세기 한미관계를 '전략동맹'으로 격상하는 것을 추진한 핵심적인 이유가 중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견제론'은 미국 측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들과 한반도 전문가들로 구성된 '새로운 시작 모임'(New Beginning Group)은 2008년 2월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한 외교안보 참모들을 면담하고 한미동맹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중국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피력하면서 한미동맹의 강화와 주한미군의 주둔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필요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한미 전략동맹의 이면에는 한미 양국 사이에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하게 깔려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 국방장관 "미군은 아시아에서 기항지를 늘릴 것"

셋째, "태평양 세력"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이다. 전략적 중심축을 대서양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기로 한 미국은 해군력의 60%를 아-태 지역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서태평양(아시아권 해양을 의미함)에 추가적인 기지와 시설을 확보하고 접근과 사용이 어려웠던 지역에 대해 접근성을 강화해 미 해군의 신속성과 기동성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지역해양안보구상(RMSI)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을 주도하면서 동맹·우방국들을 미국의 해양 전략에 포섭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2011년 6월 11일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장관이 "앞으로 미군은 아시아에서 기항지를 늘리고 다수 국가와의 다국적 훈련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또 하나는 미국의 전쟁 수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항공모함 전단도 신속대응체제로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함대 대응 계획(Fleet Response Plan)에 착수한 미국은 30일 이내에 무려 6개의 항모전단을 원하는 지역에 배치한다는 계획인데, 이 계획의 핵심적인 대상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끝으로 MD의 핵심을 이지스함에 SM-3 계열의 미사일을 장착하는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20척의 이지스함을 MD용으로 개량한 미국은 2016년까지 이 함정의 숫자를 41척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미국이 아-태 지역에 해군력을 증강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해군기지의 수요도 커질 것임을 예고해준다.

오키나와가 있으니 제주도에는 올 필요가 없다고?

넷째, 제주도가 지니고 있는 지리군사적 특징이다. 한국 해군은 "미국은 이미 대만으로부터 330해리 떨어진 일본의 오키나와(沖繩)에 기지를 확보하고 있고, 제주에서 대만까지 560해리임을 고려할 때 "미국이 제주 해군기지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오키나와에는 대부분 공군기지와 해병대 기지가 있지, 제주에 건설 중인 대규모의 해군기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오키나와 서남부에 위치한 나하(那覇)항에는 3000톤 이상의 선박을 정박시킬 수 없고 이마저도 미국은 2005년 10월 미군 재배치 합의에 따라 일본에게 돌려주기로 돼있다. 쉽게 말해 오키나와에는 항공모함은 물론이고 이지스함도 정박시키기 어렵다.

반면 제주 해군기지는 이지스함 등 대형 함정 20척 및 15만 톤 급 크루즈 2척의 동시 계류가 가능한 규모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주 기지가 건설되면 미국은 중국 및 대만해협에서 가깝고도 규모가 큰 이 해군기지를 이용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고,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SOFA,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 등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을 고려할 때 한국이 이를 거부하기도 힘들게 될 것이다.

앞서 인용한 것처럼 김관진 국방장관도 미국 항공모함을 비롯한 함정들이 제주 해군기지에 올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의 기항지, 혹은 전초기지나 중간기지로 이용될 경우 그것이 한-중 관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층해부: 제주 해군기지와 한국의 국익(2)
[정욱식의 '오, 평화'] 제주 기지가 MD와 무관하다는 정부, 그러나…

제주 강정마을에는 대한민국의 '뭍'에서뿐만 아니라 멀리 외국에서도 "외부 세력"들이 드나든다. 실제로 이곳에 머물고 있는 동안 여러 명의 외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인 친구를 통해 대만에서 건너온 왕유촨 씨, 동아시아 군사기지 연구 조사차 방문한 미국 아메리칸 대학의 데이비드 바인 교수, 보스턴에서 진보적 군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매튜 호이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8일 밤, 미사일방어체제(MD) 등 군사문제 전문가인 매튜 호이와 강정천에 발을 담그고 술 한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올해 33세인 그는 14살 때 핵전쟁을 다룬 영화를 보고 그 때부터 '평화주의적 관점'에서 군사 문제를 파고들었다고 한다.

"1999년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해상 MD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결국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해상 MD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일본이나 괌, 대만을 방어하는데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제주해군기지를 왜 한국이 짓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오히려 한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MB 정부의 입장을 신뢰할 수 있나?

제주해군기지와 미국과의 연관성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은 MD 문제다. 만약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한국의 미국 MD 체제로의 편입을 가속화할 수 있고 미국 MD로의 편입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불안과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야기해 한국의 국익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타당성을 지닌다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국익의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군측은 "MD 편입에 대해서는 어떠한 국가적 의사결정이 없다. 더불어 제주기지에 정박할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은 요격 능력이 없어 MD 편입이 불가능하다"며 MD와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정부와 해군측의 해명과는 달리 참여나 편입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간의 MD 협력은 가속화되고 있고, 한국형 이지스함의 MD 요격 능력 부재와 미국 MD로의 편입 사이에 이렇다 할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면 해군측 해명은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최근 들어 한미 간의 MD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정부와 해군의 해명을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MB 정부가 미국 MD 참여를 호의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본격 제기된 시점은 2010년 10월 22일이었다.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왜 국민들이 MD에 거부적인 반응을 갖고 있나면 옛날에는 미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MD를 만들었다. 지금은 바뀌어서 지역별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과거와 달라져서 그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MD 참여의 수준을 밟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다음날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방위하기 위해 MD에 관한 정보공유와 수단운용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는 미국의 지역 MD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하층방어 위주의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를 구축하되 주한미군과도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보공유, 가용자산 운용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미국과의 MD 협력은 강화하되, 그것이 미국 주도의 MD 참여나 편입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러한 MB 정부의 해명은 한 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MD 참여를 부인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MD 체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부차관보는 2010년 9월 27일 도쿄 연설에서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은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들"이라고 일컬으면서 양자 협력을 넘어선 다자간 MD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고위 관료가 한국을 일본과 함께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라고 언급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이러한 발언을 뒷받침하는 사례들도 많다. 우선 한국은 이미 미국과 합동 MD 훈련을 벌인 바 있다. 양국 해군은 2010년 7월 초 합동 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적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그 위치 정보를 미국 해군에 제공하자 미국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을 발사해 명중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세종대왕함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추적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를 장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말한 정보공유와 가용자산 운용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세종대왕함에 장착된 요격미사일은 SM-2로 이 미사일은 주로 적의 순항미사일 및 항공기 요격용으로 사용된다.

2011년 들어서 한국의 미국 MD 편입의 징후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 국방부 고위 관료들이 미 상원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이 국내에 알려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브래들리 로버츠(Bradley Roberts) 미 국방부 핵·미사일방어 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4월 13일 청문회에서 "우리는 한국과 양자 MD 협력 문제를 논의해왔고 최근에는 한국이 미래의 MD 프로그램의 유용성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요구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약정(Terms of Reference)과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청문회에 나선 패트릭 오라일리(Patrick O'Reilly) 미사일방어국(MDA) 국장도 "MDA는 현재 20개 이상의 국가들과 MD 사업, 연구,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 정부 고위 관료들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이명박 정부는 이틀 후에 약정서는 공동연구를 위한 것으로써 미국의 미사일방어국(MDA)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사이에 2010년 9월에 체결된 것이라며, "현재로선 국방부 산하기관 연구로 시작했지만 연구 결과가 나오면 국방 당국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간에 약정이 체결된 지 7개월 동안 '쉬쉬'하다가, 미국 정부가 먼저 말하자 이를 확인해준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한미간에 MD 약정이 체결된 2010년 9월 이후의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약정 체결 직후 미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부차관보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은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들"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발언은 한달 후에 한국 국방부로부터도 나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 10월 22일, MD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 고위 관료들은 양국간의 MD 약정 체결 이후 발언의 수위를 이전과 크게 달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 국무부의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는 2011년 3월 21일 "우리는 일본, 프랑스, 이스라엘, 한국, 호주 등과 보다 능력 있는 MD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미국 MD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국가군에 포함시킨 것이다.

현재 한국의 MD 참여는 '중간 수준', 앞으로는?

다음으로 "제주기지에 정박할 이지스(Aegis) 구축함은 요격 능력이 없어 MD 편입이 불가능하다"는 해명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이 보유한 이지스함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없다는 것이 곧 미국 MD로의 편입과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 MD 체제로의 편입은 다양한 수준이 있다. 여기에는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와 SM-3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을 보유한 일본처럼 '높은 수준'의 MD 참여를 하고 있는 나라도 있고, 유럽의 루마니아처럼 미국이 루마니아의 영토·영해·영공을 MD 작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협정을 맺은 '낮은 수준'의 참여를 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현재 이 중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오산공군기지 등 한국의 서남부 지역에는 PAC-3와 관련 레이더 및 본부가 배치되어 있고,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한미 군당국은 MD 공동 연구 및 해상 공동 MD 실험도 실시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핵심적인 MD 협력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MD에 관한 한미간의 '밀실' 협의가 한국을 넘어선 차원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동아>의 2011년 6월호 보도에 따르면 "괌이나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에도 한국군이 이를 대신 요격해주는 콘셉트가 여러 차례 도출됐다"고 한다. 적어도 개념 수준에서는 한미간의 MD 협력이 이미 한반도를 넘어서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되고 있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동안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가 미국 MD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온 MB 정부와 군당국의 해명을 더더욱 신뢰할 수 없게 한다. 그런데 지도를 펼쳐보면 알 수 있듯이 제주도는 오키나와와 괌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적 요충지다.

이러한 흐름은 제주해군기지를 더더욱 미국 해군 및 MD와 연관시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한국 해군이 독자적으로 이지스함에 SM-3를 도입·장착해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미국 해군이 제주해군기지를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의 중간기지로 활용하고, 한국 해군이 미국 MD 작전에 정보 제공 등 공동 보조를 맞춰나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010년 7월 한국 해군이 미군과 해상 MD 훈련도 실시한 것은 이러한 전망이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평택미군기지가 미국 '지상' MD의 거점이 되고 있다면, 제주해군기기 건설이 강행되면 이 기지가 미국 '해상' MD의 중간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구나 MB 정부는 일본과도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협정 체결의 핵심 대상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라는 점에서 이는 곧 미국이 희망해온 한-미-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MD 체제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좁게는 한미간, 넓게는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동맹 체제의 중요 기지가 될 공산이 커지게 되고 그 핵심에는 MD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석과 관련해 "MD는 위성을 비롯한 지상·해상·공중의 레이더 체계와 탐지된 정보를 융합 처리할 수 있는 통체체제, 그리고 최종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계까지 갖추어야" 하는데,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자국 이지스함의 기항지로 이용할 가능성만 가지고 제주해군기지가 미국 MD의 중간기지로 이용할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ABMD는 탄도미사일 발사 탐지 및 추적 기능과 발사통제장치, 그리고 추적기를 장착한 SM-3라는 요격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완결된 MD' 체계를 갖추고 있다.

물론 이지스함의 SPY 계열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약 1000km이기 때문에, 제주해군기지에 배치된 이지스함이 북한이나 중국에서 오키나와나 괌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한국과 일본에 이동식 조기경보 레이더인 '합동 전술 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를 배치했는데, 이지스함은 이 레이더로부터 탄도미사일 발사 탐지 및 추적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이지스함 간에도 데이터 링크가 되어 있어 있는데, 가령 서해나 동해에 배치된 이지스함이 제주 남방 해역에 배치된 이지스함에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해상 X-밴드 레이더, 첩보 위성인 '방위 지원 프로그램(Defense Support Program, DSP)', DSP보다 탄도미사일 탐지 능력이 훨씬 강력한 '우주배치 적외선 시스템(Space-Based Infrared Systems, SBIRS)' 등을 배치하고 있어, ABMD의 탄도미사일 발사 조기 탐지 및 추적 능력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이는 곧 제주해군기지 자체적으로 MD용 레이더나 통제본부를 구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것이 곧 제주해군기지와 미국 해상 MD 사이의 무관함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한국의 서남부에는 미국의 PAC-3와 레이더 및 본부가 배치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한미 해상 MD 훈련 실시, MD 공동 연구서 약정서 체결, 괌과 오키나와 MD에 한국의 기여도 논의 등이 이뤄지고 있다. 지구상에 이 정도로 미국 MD에 협력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이스라엘, 영국 정도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 한국을 대표적인 MD 협력 국가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미국은 2016년까지 ABMD를 41척까지 늘릴 예정이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함정이 늘어나면 해군기지나 기항지의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은 불문하지이다. 최근 미국이 동아시아 해양에 해당하는 서태평양 지역에 기지와 기항지를 늘려 접근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어 미국 이지스함이 들락날락거리면 한국은 더더욱 미국 MD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결코 기우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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