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평화센터입니다.
home   • English   • Japanese
평화센터소개최근활동평화뉴스자료방게시판관련사이트
회원가입배너달기평택미군기지 바로보기평화순례 길라잡이
평화뉴스 < 평화센터

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평택평화센터 2009-06-29 12:44:08 | 조회 : 8581
제      목  1998년 울산 현대차, 2009년 평택쌍용차_오마이뉴스
첨부파일
  1283568045.jpg (78.2 KB) Download : 798

1998년 울산 현대차, 2009년 평택 쌍용차

한바탕 전쟁을 치른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에 와 있다. 지금 시각은 29일 새벽 3시. 기상청이 예보한 대로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가동을 멈춘 공장의 지붕과 용역들이 남기고 간 쇠파이프, 그리고 지금도 공장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 모두 차별 없이 이 비에 젖고 있다.
조금만 더 내리면 1박 2일 동안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는 타이어 바리케이트의 불길도 잡힐 듯하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나 하고 싶어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짧게 언급했었는데, 오늘은 ‘풀 스토리’를 풀어봐야겠다.

벌써 11년 전 일이니, 세월 참 빠르다. 1998년 8월초로 기억된다. 그때 울산 현대자동차는 대한민국 최초 정리해고 단행 여부로 뉴스의 중심에 서 있었다. 노동조합은 그 넓은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였고, 사측과 정부 역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여러 가지 압박 전술을 구사했다.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현대차에서 정리해고가 받아 들여지면, 다른 사업장에서 노동자를 해고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총자본은 현대차에 집중했고, 총노동 역시 그곳에 힘을 모았다. 물러설 수 없는 총자본과 총노동의 한 판 대결. 이게 뉴스가 아니면 무엇이 뉴스겠나.
당시 나는 재수와 한 번의 제적을 거친 24살 대학 3학년이었다. 그리고 운동권, 통일운동을 주로 하는 한총련 계열(NL)이 아닌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주장하는 현장파(PD)에 몸담고 있는, 그렇고 그런 학생이었다.
아주 당연하게 다른 학교 동료 한 명과 함께 울산 현대자동차로 향했다. 그리고 노동자로 위장해 공장에 들어갔고, 쇠파이프 들고 정문을 지키는 사수대로 활동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나의 투철한 계급성이나 운동성 때문이 아니었다.

유감스럽게도 24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유난히 늙어 보이는 얼굴과, 대학생보다는 공장에서 자동차를 좀 찍어냈을 것 같이 굳세고 투박하게 생긴 내 외형 탓이었다. 실제로 현대차 공장 안에서 내 신분을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얼굴이 실제 나이를 뛰어넘고 무서울 것 없이 생겼다고 해서 마음 역시 그러한 건 아니었다. 그건 천사처럼 생긴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꼭 천사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내 얼굴이 42살처럼 보였어도 마음은 24살답게 어수룩했고 불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이 무서웠다.

모두들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결이기 때문에 공권력의 진압이 무자비할 것이라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을 쿵쾅거렸고, 손에 쥐고 있던 쇠파이프의 금속성은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한 열흘 쯤 현대차 공장에 머물렀는데, 그때 비가 참 많이 그리고 자주 내렸다. 게다가 한 번 내렸다하면 보통 비가 아니라, 장대비였다. 그런 비가 내리는 밤이면 공장 지붕을 때리는 소리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고, 나는 날이 새도록 뒤척여야만 했다.

저 멀리 지리산 계곡에서 급류에 휩쓸려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도 들려왔으니, 그해 여름의 비는 정말 엄청났었다.

물론 공장 안 모든 일상이 공포와 두려움으로 점철된 건 아니었다. 함께 위장해 들어간 동료와 장기를 두기도 했고, 노동자들과 족구 경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당시 짝사랑 하고 있는 여자 삐삐에 음성을 남기기도 했고, 몇 차례 직접 전화를 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긴장감 높아도 마땅히 해야 할 ‘작업’은 멈추지 않았던 셈이다.

어쨌든 내가 현대차 공장에 머물고 있는 동안 공권력 투입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현대차는 사측과 정리해고에 합의했고, 해고 대상자는 모두 식당 아줌마들이었다. 아줌마들은 “파업 기간 내내 힘내라고 밥 해 먹였더니 이럴 수 있느냐”고 거칠게 항의했고 남성 노동자들의 입은 굳게 닫혔다.

그렇게 가장 낮은 땅에서도, 살인 같은 해고에서도, 남녀 차별은 존재했고 그 상처는 컸다. 그 후 식당아줌마들의 지난한 복직 투쟁은 눈물 흘리지 않고는 볼 수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 <밥꽃양>으로 태어났다.

어쨌든 내가, 당신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목도했듯이 총노동은 패했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식당아줌마들을 잘라냄으로써 일시적인 비바람은 피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역시 우리 모두가 지켜봤듯이 곧 대량 해고는 현실화 됐고, 그 빈자리는 값싼 비정규직이 채웠다. 그리고 이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자본과 노동의 대결만큼이나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이렇게 한 번 열어준 해고의 문은 닫히지 않았으며, 그 무자비함은 우리 모두의 상상력을 뛰어 넘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해고의 문으로 잘려진 노동자의 목은 무심하게 실려 나간다.

11년 동안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현대차 파업을 중재하기 위해 공장을 찾았던 노무현은 5년 뒤 대통령이 됐고, 그는 지금 자살이라는 형태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인터넷 광풍이 불었고 IT 버블이 한 차례 꺼졌으며, 그 때는 듣도 보도 못했지만 이제는 <네이버> 없이는 생활이 잘 안 되는 세상이 됐다.

그리고 나는 머리가 빠져 이마가 좀 넓어졌고 뱃살은 인격과 상관없이 제 마음대로 불었다. 지리산보다 곰배령을 더 자주 찾게 됐고, 학교를 졸업해 노가다와 공장노동자를 거쳐 기자가 됐다. 그래서 지금은 쇠파이프 대신 펜을 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차 공장에서도 내 ‘작업’을 멈추지 않게 했던 여인은 한 시절 내 애인이었다가 이제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돼 있다.

이렇게 세월은 잘도 흘렀고, 세상은 무심하게 잘도 변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왜 11년 전과 다름이 없는 것일까. 지금의 쌍용차는 11년 전의 현대차와 똑같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공장을 점거하고, 굴뚝 위로 올라간다. 정부와 사측이 헬기를 통해 공장 위에서 삐라를 뿌려대는 것도 여전하다.

노동자들은 11년 전과 똑같이 “정리해고만은 안 된다”며 울고 있고, 자본은 지금도 “정리해고만 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한다. 11년 전 현대차 노동자들이 불렀던 노래를 지금 쌍용차 노동자들이 부르고 있고, 현대차 노동자들이 외쳤던 “정리해고 분쇄” 구호는 지금 쌍용차 공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없는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현실은 좀체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상은 노동자를 향해, 없는 이들을 향해 “과거와 똑같이 싸운다” “유연하지 못하다”고 손가락질 한다.

변한 것에 취해 변하지 않은 것이 안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변한 것이 좋아 변하지 않은 것이 밉고 촌스럽게 보이는 것일까. 11년 동안 싸웠지만 여전히 똑같은 걸 외쳐야 하는 노동자들 가슴만 까맣게 타들어 간다.

후두둑 후두둑.

2009년 장맛비가 평택 쌍용차 공장 지붕을 때리고 있다. 1998년 울산 현대차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그 빗소리다. 오늘밤도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11년 전 그때처럼.

번호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02  [사진모음]평화센터 회원야유회 평택평화센터 09.08.25 8653
201  [옥중서신]쌍용자동차 한상균지부장 평택평화센터 09.08.25 8570
200  [초청 강연회] ‘스타워즈’와 지구의 위기, 그리고 대안 평택평화센터 09.08.18 8118
199  2009군산평화대행진 평택평화센터 09.08.17 8835
198  기지촌할머니들의 주거대책을 위한 나눔 음악회 평택평화센터 09.08.06 8645
197  법원 "이상희, 평택에 '무장병력 투입' 건의 사실" 평택평화센터 09.07.27 8201
 1998년 울산 현대차, 2009년 평택쌍용차_오마이뉴스 평택평화센터 09.06.29 8581
195  한.미 정상, '동맹미래비전' 채택 _통일뉴스 평택평화센터 09.06.17 8843
194  "군비행장 소음 480억 배상하라"...사상최대 평택평화센터 09.06.14 8271
193  5.15~17까지 2박3일간의 오키나와 평화대회 참가기-평화바람 평택평화센터 09.06.10 8266
192  북 군부 PSI관련 성명, "서해 5도 안전항해 담보 못해" (전문) _통일뉴스 평택평화센터 09.05.27 7476
191  서해대교아래서 폭탄 6개째 발견--안전우려 평택평화센터 09.05.18 8300
이전글 [1]..[21][22][23] 24 [25][26][27][28][29][30]..[40] 다음글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daerew
주소: (18001)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안길 5     Tel: 031-658-0901     Fax: 031-658-0922     E-mail: ptpc@hanmail.net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본 사이트의 내용은 '정보공유 라이선스 2.0 : 영리금지'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