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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평화센터 2012-02-16 17:32:55 | 조회 : 3669
제      목  [프레시안]'제사보다 젯밥'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꼼수를 멈춰라
[한반도 브리핑] 핵안보는 뒷전, 진짜 노림수는 '원자력 르네상스'

'핵안보정상회의', 시급한 사안인가?

오는 3월 26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55개 국가 정상들,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4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이다. 그러나 규모가 그런데도 국민들은 무관심하다. 서울에서 개최된 역대 다자간 정상회의 가운데 국민적 관심도가 가장 낮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핵안보'(nuclear security)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핵안보는 우리에게 절박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핵안보'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핵물질이 테러집단 등에게 탈취되는 것을 막는 개념이다. 9.11 이후 대테러 전쟁을 수행해온 미국으로서는 핵물질이나 방사능 물질이 테러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생겼다. 그러나 대테러전쟁 자체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발발을 불러왔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입각한 대테러전쟁이 오히려 안보의 위협을 증대시켜서 미국에게 '핵테러'라는 새로운 근심거리를 안겨주었다.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니 오히려 더 강력한 핵테러 위협이 발생하는 일종의 '대테러전쟁 딜레마'에 미국이 빠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집권한 오바마 정부는 예산부족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어왔다. 따라서 대테러전쟁을 중단하고, 대테러 전쟁이 파생시킨 핵테러의 위협을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대처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이것이 바로 핵안보정상회의이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또 다른 일방주의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을 제시하고,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3개 축(핵군축, 핵비확산, 핵안보)의 하나로 '핵안보'를 제기했다. 그리고 핵안보를 위해 '4년 내 세계 모든 취약 핵물질의 안보 확보를 위한 새로운 국제적 노력' 을 선언하고, 이를 위해 2010년에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를 개최할 것은 제안했다. 2010년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핵안보'나 '핵안보정상회의'가 우리에게 낯선 것은 우리에게는 절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핵군축'이나 '핵비확산'은 핵무기를 없애거나 대외적으로 수출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한반도의 비핵화는 20년 가까이 우리의 안보 문제의 핫이슈였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3년이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6자회담이나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 핵을 폐기하면 도와주겠다는 공염불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무늬만 화려한 소문난 잔치에 그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적 관심사는?

작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와 관련된 '핵안전' 문제는 지구적으로 큰 관심사가 되어왔다. 핵안전이나 핵안보 모두 파멸적인 위협을 막자는 취지는 동일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안전은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가령 후쿠시마 원전 사고 5개월 후에 미국 동부를 뒤흔드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동부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대였기 때문에 동부 지역 4개의 원자력 발전소는 지진 규모 6.2에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미국 동부에서 최초로 5.8의 지진이 발생해서 제2의 후쿠시마는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중국은 2011년 현재 14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2030년까지는 75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난다면 편서풍 때문에 '핵안전'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현안이 되는 것이다. 또 고리, 월성의 노후한 원자력 발전소의 잦은 사고가 '잦은 방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진단해봐야 한다. 달리 말해, '핵안보'는 '핵안전'에 앞서는 시급한 현안이 아닌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 핵에너지가 더 이상 저탄소 에너지로서 각광받을 수 없는 위험한 것이라는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야당들도 핵안보가 아니가 원전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 주장에 대한 해결책 모색, 이것이 바로 국민적인 관심사이다. 원자력 발전의 유용성에 대한 검토, 원자력 발전의 안전 사고에 대한 대책 등이 핵안보에 우선하는 한국의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하는 당연한 이유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전 폐기를 주장하는데 정부는 원전 폐기는 핵안보정상회의의 범위 밖의 문제라고 답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대답이 핵안보정상회의가 얼마나 우리의 시급한 문제와 동떨어진 회의인지를 말해주는 간명한 설명이다.

오바마의 꿈, MB의 꿈

2010년 4월 12~13일 워싱턴에서 47개국 정상과 유엔, IAEA, 유럽연합(EU) 등 3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이 다음 회의 개최국가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한미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회의를 기회로 삼아 북한 핵에 대해서 실효성 없이 공허하기만 한 국제적인 압력 외교를 구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 아니다. 테러집단처럼 국가가 아닌 행위자에 의한 핵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핵안보'이다. 따라서 이에 집중하기 위해 당초 북핵 문제를 의제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 핵문제는 '국가라는 행위자에 의한 핵확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싱턴 회의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가 아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따른 문제로 파악했던 것이다.

또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북한 내부에 존재하는 핵물질은 핵안보를 우려하는 나라들보다 훨씬 잘 방호되어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체제 안전보장 차원에서 시도되는 것이므로 북한 핵무기가 테러리스트에게 유출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워싱턴 핵안보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은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북한에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 보낸 후 받을 것은?

그러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동안에는 북한 핵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격을 볼 때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북한에 핵폐기에 대한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공공연하게 '55개국 정상들에게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킨다', '북한 핵폐기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 전달'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정부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핵안보'가 우리에게 절박한 현안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안보의 초점을 흐리지 않기 위해서 북핵 문제 거론 자체를 피했다. 그만큼 핵안보는 미국에게는 절박한 이슈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받아들였다. 미국처럼 핵안보에 대해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핵안보'에 포함되지 도 않는 북핵 문제를 거론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런 의도가 북핵 폐기에 도움을 주지 않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북핵 폐기에 도움을 주는 실효성 있는 행위라기보다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오히려 6자회담을 지연시키고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시키는 구실과 시간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정권변환기에 있는 북한은 한국 정부가 보내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에 그에 못지않는 '강력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핵안보 정상회의의 노림수는 원자력 르네상스

핵안보정상회의 서울 개최의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이 회의를 후쿠시마의 재앙에 대한 망각제로 활용하려 한다는 데에 있다.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를 희석시키고 원자력 르네상스를 추구하려 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직전에 원자력 산업계 회의, 학계 회담 등에 대한 일정을 잡혀 있는 것이 증거이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는 원자력 산업계 회의는 원전업계 CEO들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행사라며 원자력 르네상스 추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이미 핵안보정상회의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원자력 및 원전산업에 대한 국내외적 신뢰 회복'이라고 설정한 바 있다. 그 신뢰 회복이 목표하고 있는 것은 산업적 이익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원자력 안전 문제에 관심이 많다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토론하는 기회를 만들었어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의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관료들이라는 원자력 삼각동맹의 거짓말이 빚어낸 참사이기도 하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자력 산업계 회의와 학계회의가 잇달아 열리는 것은 원자력 삼각동맹의 도원결의나 다름없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드러 내놓고 하는 결의다.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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