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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평화센터 2010-08-25 13:32:25 | 조회 : 4654
제      목  방안에 날아든 포탄 이장님들 폭발했다…
포천 6개면 이장 100여명 ‘軍사격장 피해대책위’ 결성

“나 죽어!”

주방 바닥을 걸레질하던 이정심(71·여·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씨가 고꾸라졌다. 뭔가 예리한 게 어깨를 찌른 느낌이었다. 아들 내외가 늦잠을 자고 있는 방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갔다. 큰 소리에 놀란 아들이 깼다. “어깨를 맞았어.” 이씨는 힘겹게 어깨를 붙잡고 겨우 말을 이었다. 진통은 끔찍했다. 2006년 1월 31일 오전 10시에 찾아온 ‘공격’이었다.

아들은 황급히 주방으로 갔다. 도둑이 들었나? 아무도 없다. 바닥에서 뭔가 반짝거렸다. 영북면 영평리 미군 훈련시설인 영평사격장에서 날아온, 양끝이 뾰족한 길이 10㎝가량의 도비탄(지면에 닿으면 2∼3m 상승 후 터지는 포탄)이다. 스티로폼과 함석으로 엮은 지붕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씨는 인근 운천성심병원에 10여일 입원했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그러나 ‘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이씨는 밤마다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도비탄에 맞은 날은 분가한 아들이 다니러 왔었다). 총알이 날아오지 않을까, 포탄이 떨어지지 않을까, 포탄에 맞아도 집에 사람이 없으니 그냥 죽겠지, 이런 생각이 밤을 더욱 길게 했다. 눈만 뜨면 집을 나서서 동네에 나갔다. 어떤 날은 동네 아는 집에서 잠을 청했다.

가난한 자에게는 선택이 없다. 포탄 맞은 산골마을 집이 싫어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놔도 찾는 이가 없었다. 그 집에서 3년을 보냈다. 지난해 9월 500만원 헐값에 집을 겨우 팔아 영북면 야미2리 햇가마골에서 서두물마을로 이사했다. 그래도 억울함은 풀리지 않았다. 사고 이후 이어진 수면 장애와 정신적 고통, 불안감으로 남의 밭일 거드는 벌이도 그만둬야 했다.

“포탄 떨어지고 미군이 여러 명 찾아왔어. 통역관이 나한테 30만원 주기에, 내가 아무리 무식해도 이거 받으면 더 이상 보상 못 받을 것 같아서 거절했어. 그랬더니 통역관이 ‘할머니 그게 아니라, 우선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드리는 거예요’ 하대. 그래서 받았어. 그 뒤에 병원비 83만원인가 나왔고. 이웃집은 포탄이 터져서 염소 열댓 마리가 죽었대. 그래서 몇 백만원 받았다던데, 나는 사람 목숨인데, 내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글도 모르고 내가 일자무식이야. 어데 따질 수나 있나. 나 억울해, 억울해.”

포탄이 덮치는 야미리 마을

포탄이 마을로 날아오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해 10월에도 F15 전투기 연습탄이 포천시 관인면 냉정1리 농가에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또다시 포탄은 영북면 야미리를 공격했다.

영평사격장과 인접한 야미리 주민들은 “대포 소리가 이젠 자장가”라고 말할 만큼 소음에 담담하다. 시끄러워도 ‘몇 시간 지나면 괜찮겠지’, 무서우면 ‘집에 콕 박혀 잠시 참으면 되겠지’다. “포 소리 때문에 예민하지 않으세요?”란 질문에도 “그럼 뭐 어떡해. 갈 데가 없는데. 사격장이 이사 갔으면 좋겠지만 뭐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있는가?”라고 대답한다. 인근 공사장 소음이 조금만 심해도, 마을에 혐오시설만 들어와도 ‘보상비’를 받아야 하는 도시 사람들과는 사고방식이 좀 다르다.

그런 주민들도 오발탄 사고가 끊이지 않자 요즘 슬슬 화가 난다. 영평사격장은 1954년부터 미군이 다목적 종합 사격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포천시 영북·영중·창수면 일대에 걸친 409만평 땅에서 탱크, 헬기, 전투기 사격이 이뤄진다. 야미리 마을 뒤편의 높이 662m 불무산만 넘으면 사격장이고, 마을과 사격장의 직선거리는 불과 2∼3㎞다.

지난달 31일은 김창하(36)씨가 운영하는 야미1리 참이슬목장 착유실(소젖 짜는 공간)과 우사, 다음날에는 야미2리 성병진(73)씨 자택에서 200m 떨어진 도로에 포탄이 떨어졌다.

“엄마랑 동생이랑 저는 집에서 놀고 있고 아빠는 바깥에 나갔는데 막 천둥치는 소리가 났어요. 그래서 소 있는 데 나가니까 소 집에 총알 같은 게 떨어져 있었거든요. 그걸 잡았더니 따뜻했어요.”

포천초등학교 4학년인 김씨의 아들 광영군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착유실에서 동생과 함께 놀고 있는 광영군의 얼굴은 밝았다. 두려운 것은 어른들이다. 김씨는 “야미리야 말로 전쟁터”라며 “아이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신들이 놀고 있는 곳에 얼마나 위험한 물건이 떨어졌는지 모르는 아이들은 장난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실탄 때문에 구멍 뚫린 착유실 천장이 아이들의 머리 위를 덮고 있었다.

포탄이 남긴 상처

지난 1일 집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포탄이 떨어진 성씨를 16일 만났다. 도로에는 지름 10㎝, 깊이 4㎝ 포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당시 잠을 자려고 누워 있었다고 한다.

“‘쎄∼’ 소리가 클수록 집 가까이 포탄이 떨어지는 거예요. 소리가 크면 밭에 있다가도 집에 들어가 잠시 피해요. ‘쎄∼’ 소리가 들리다 ‘퍽’ 소리가 나면 흙에 떨어지는 거고, ‘탁’ 하고 끝나면 도로나 돌에 떨어진 거고. 포탄 떨어진 지난 1일엔 유독 시끄러웠어요.”

이야기 도중에 이웃주민 김대현(52)씨가 찾아와 성씨의 등과 어깨를 만지며 농담을 던졌다. “어데 총알 맞은 데 없어요? 아저씬 오래 살아서 이제 죽어도 괜찮다.” 성씨는 그래도 ‘허허’ 웃기만 했다. 죽음도 농담이 되는 곳이 야미리다.

성씨 집에서 스무 걸음쯤 내려오면 박감례(84·여)씨 집이 있다. 권혁윤(65) 이장과 함께 찾아가자 박씨는 평상에 앉아 있었다. “깻잎 밭에 이상한 거 떨어져 있어.” 박씨 집 뒤편 텃밭에 가보니, 집과 불과 1∼2m 떨어진 흙더미에 탄두가 꽂혀 있다. 30㎜ 연소탄 탄두였다.

“그저께 김매다가 이걸 발견했어. 뭔지 싶어서 손에 잡았다가 그대로 다시 흙에 놔 뒀어. 옛날에는 이런 거 봐도 신고 안 했는데 요즘에는 신고 해야 된다대.” 권 이장은 탄두를 수거해 영북파출소에 신고했다.

이웃주민 이수산(70·여)씨 집에도 포탄 상처가 남아 있다. 가건물인 집과 창고에는 포탄 자국이 한 개씩 뚫려 있었다. 10여년 전 갑작스레 염소 사육장에 떨어진 포탄은 염소 열댓 마리와 개 3마리를 죽였다. 당시 화장실에서 용변 보고 있던 이씨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염소들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 미군이 찾아와 40만원은 우선 병원 가라고 돈 주고 또 며칠 지나니까 염소 값 하라고 630만원 주대요.”

뿔난 이장들 집단행동 나서

밤낮 없이 울려대는 포성에 전쟁터 같은 마을, 야미리 사람들에게 포 소리는 거역할 수 없는 음악이자 숙명이다.

“지난 1일 포 떨어지고 나서도 미군에서 일언반구 말도 없어요. 항상 그렇죠 뭐. 처음에는 이쪽 방향으로 떨어질리가 없다면서 증거를 찾으라 하고. 이번에 우리가 직접 포탄을 찾아서 보여주니까 자기들 포 맞다고 하대요. 참 이상하죠? 피해 입어도 가만있으면 착하다 그러는 게 아니고 바보 취급하고, 데모하면 보상해 주고. 사회가 그렇잖아요.”(야미1리 권대남 이장)

포천 일대 이장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이동·영북·창수·영중·신북·관인면 이장 100여명은 지난 11일 영중면 주민센터에 모여 피해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첫 회의에서 이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군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총알이 집에 날아온단 말입니까? 주민 안전은 누구도 지켜주지 않아요!”

“58년 동안 먼지, 소음 피해 입고도 보상은 한 푼도 없어요!”

“주민들이 시위도 안 하고 얌전히 있으니까 우리를 얕보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우리도 시청에 요구 사항을 전달합시다.”

“군대 인근 마을에는 소음 측정기조차 없습니다. 주민들 귀가 잘 안 들리고 낙태가 잇따르고 이런 현상도 군대 때문 아닙니까?”

이들은 군사시설로 인해 일어나는 오발탄 사고, 소음, 분진, 환경오염 등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포천시에 전달할 건의문을 작성하는 한편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시청 측 반응은 미온적이다. 민간인이 군대 때문에 입는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군사시설 피해 보상과 관련된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포천시 민군협력팀 관계자는 “주민 의견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포천시 자체적으로 군 관련 안전시설을 만들 만한 재원이 없다”며 “국방부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뒤로 빠지려 하는데다 특히 미군은 증거가 없으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해도 더욱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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