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반환 미군기지터 국방부에 오염정화 의무”
법원 ‘캠프 자이언트’ 관련 경기도 승소 판결
국방부는 미군기지 터를 지방자치단체에 반환하기 전에 오염물질을 제거해 토양을 정화할 의무가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지자체 소유 땅에 설치된 미군기지를 반환할 때 국가의 원상회복 의무를 인정한 판결로, 중금속 등 각종 위험 물질로 오염된 미군기지에 대해 정화 책임을 회피하려던 국가의 행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김인겸)는 경기도가 국가를 상대로 낸 ‘오염토양정화’ 청구소송에서 “오염토양 정화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토양의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지상물지하의 매설물과 위험물을 제거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다”고 11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에 책임이 없다고 볼 경우) 국가가 지자체의 재산을 강제로 징발해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하고, 나아가 환경오염이라는 중대한 결과까지 초래했음에도 그 제거비용까지 모두 재산을 환수할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결과가 돼 부당하다”고 밝혔다.
미군기지에서 시작된 기름 유출로 인근 지역의 토양이 오염된 경우 국가가 지자체에 해결 비용을 줘야 한다는 판결은 있었지만, 국가가 미군기지 터를 반환하기 전 토양 오염을 원상회복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 판결은 처음이다.
국가는 1957년 경기도 소유인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의 학교 터 7만3243㎡를 징발해 주한미군에 ‘캠프 자이언트’ 기지로 빌려줬다 2007년 4월 한·미 양국간 협정에 따라 이 땅을 경기도에 반환했다. 그런데 해당 터가 카드뮴·납 등 중금속과 기름에 심각하게 오염돼 원상 복구 비용에만 최대 12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자 경기도는 “국방부가 먼저 오염을 치유해야 한다”며 인수를 거부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 있어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의 시행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법률’에서 ‘국가나 지자체의 재산을 반환할 때는 원상회복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했다며 정화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이에 경기도는 ‘토양환경보전법 및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서 국방부의 오염물질 제거 의무를 규정한 점을 들며 소송을 내고 법리 싸움을 벌여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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