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캠프 험프리 기지 내 유물산포지와 고묘들 훼손 확인
주한미군기지 내 문화재 보호를 위한 한·미 합의권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지 내 문화재가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국회 문방위 소속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 12월에 작성된 '주한미군 주둔지 모니터링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평택 캠프 험프리 기지 내 유물산포지와 고묘들이 훼손된 것이 확인됐다.
유물산포지 내에 있는 콘크리트 시설물이 새롭게 조성되거나 군 시설관련 공사로 굴착행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문화재가 상당히 훼손되고, 고묘들이 이장 조치되면서 흔적만 남아있는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훼손된 유물산포지와 고묘들은 지난 2006년 문화재청이 문화재 지표 조사를 하던 당시 파악된 것으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조치 없이 형질변경이 이루어졌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문화재 훼손 행위는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2010년 한미간 미군기지내 문화재 관리를 위해 '주한미군기지 시설 및 구역 내 대한민국 문화재 보호를 위한 지표조사 및 합동 절차에 관한 합의권고'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합의권고에 따르면 △개발 행위(건설공사 등) 시 한국 측 허가 없이 고고학적 자원을 발굴·교란 혹은 제거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고 △한국 측의 허가·합의 없이 조사된 문화재를 이동시키거나 제거하면 안 된다.
지난 2005년 문화재보호분과위원회를 설립한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기지 내 문화재조사절차서'를 체결했고, 이를 근거로 2006년부터 67개 기지 내 문화재지표조사를 진행한 결과 21개 기지에서 고인돌, 백자가마터, 근대건축물과 유물산포지 등 총 217개의 문화재를 확인했다.
이 의원은 "이번에 확인된 문화재 훼손은 문화재보존조치 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문화재를 훼손한 사람은 매장문화재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군기지 내 문화재가 제대로 관리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은 문화재 훼손 행위에 대해 미군 측에 엄중하게 항의해야 할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문화재 훼손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이 의원은 평택 오산 공군기지 내 800년된 은행나무가 확인됐다며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김찬 문화재청장은 조사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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