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의한 고엽제 매몰사건(경북 칠곡)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충격에 빠지고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평택미군기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안치용씨가 공개한 미 공군대학 논문에 의하면 평택미군기지에서도 기름유출사고 등으로 인한 토양 및 지하수의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실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자 정부는 한미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고엽제 매몰지역을 조사하고 있으며, 평택시 또한 평택미군기지 주변에 대한 수질(지하수 포함) 및 토양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조사는 원초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근본적으로 풀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이며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다시 말해 한국과 미국 행정부가 맺은 한미 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에 있다. 지난 1966년 조인된 한미 SOFA는 조항의 불평등성 때문에 그동안 전면 개정 및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SOFA는 체결된 이후 지난 45년 동안 1991년과 2000년 두 차례 개정됐다. 두 차례 개정을 통해 그동안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재판권을 원천적으로 행사하지 못했던 부분을 일부 수정하고 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노무자의 권리 개선 및 환경 조항이 새롭게 포함됐다.
그러나 두 번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독소 조항들로 인해 일본이나 독일 SOFA에 비해 심각할 정도로 불평등한 수준이다. 지난 2002년 미군이 훈련 중 탱크로 여중생 두 명을 사망하게 한 사건(효순이·미선이 사건)이 발생하자 미군측은 작전 중에 일어난 사고라고 하면서 가해 미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고엽제 매몰, 여중생 사건 등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해답은 한미 SOFA의 전면 개정에 있다. 먼저 주한미군의 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 마련과 작전이나 공무 중 주한미군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 및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환경문제의 경우 ‘한국정부의 환경법령을 존중’하는 수준이 아닌 독일 SOFA의 경우처럼 ‘환경 법규를 준수’하는 수준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즉 다시 말해 미군기지내 환경사고에 대한 즉각 보고 의무 체계수립과 한국 정부의 조사권 인정 그리고 오염자부담 원칙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최근 고엽제 매몰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 심지어 행정부 내에서 조차 한미 SOFA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는 한미동맹이라는 이유로 불평등한 협정을 폐기할 수 없다면 정치적 논리나 힘의 논리가 아닌 상식의 틀 속에서 하루빨리 한미 SOFA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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